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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잡다한 이야기

싸구려 와인에 대한 추억...

by 푸른바람_07 2011. 12. 7.


 생애 처음 "포도주"라는 것을 마셔본건 2001년 겨울 즈음이었다.  2년제 직업학교에서 학점을 거의 다 이수하고, 마지막 방학 기간 차에 취업을 나가서 첫 급여를 받아,  첫 연인 이었던 그녀와 갔던,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도 힘든 스파게티 전문 페밀리 레스토랑...

 첫 급여 받은 기념으로, 스파게티와, 마늘빵, 그리고 이탈리아식 볶음밥.. 뭔가 더 기념하고 싶은 마음에 주문해본, 싸구려 국산 와인 마주앙 화이트... 그 때 생전 처음 맛본 그  화이트 와인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그 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사랑하는 그녀에게, 7000원 짜리 스파게티 하나 사주지 못할 정도로 용돈이 궁했던 학생시절... 10년 전, 20대 중반 나이... 취업 전, 데이트 중에 점심을 먹으려 들어갔다가 학생 수준에는 비싼 가격표를 보고 다시 나와야 했던, 바로 그 가게에  첫 월급을 탄 후 그녀와 함께 당당히 들어가 주문했던 음식과, 그 싸구려 와인...

 얼마전 집에서 삼겹살을 구울 때 같이 마실 술을 사러갔다가 주류 진열장에서 그 때의 그 싸구려 마주앙 와인을 발견하고 추억 삼아 사가지고 와봤지만, 왜 10년전 그때의 그 맛은 느낄 수 없었던 걸까? 같은 회사의 같은 제품인데도...

 맛이란 감각은, 행복한 기분과 결합되면 더욱 증폭이 되나보다... 앞으로, 어떠한 값비싼 와인을 마시더라도, 10년전 그 아이와 같이 마셨던 그 싸구려 와인의 달콤하고 행복했던 "맛"을 다시는 느낄순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