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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잡다한 이야기

벚꽃엔딩이 아니고 벚꽃동네임...과 몇 가지 잡설...

by 푸른바람_07 2015. 4. 18.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동네에 의외로 벚꽃이 많이 폈습니다. 깡촌(논밭)이었던 동네를 빌라 단지로 개발하면서 조경 목적으로 벚나무를 많이 심은 것 같네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봄마다 동네 사람들 눈이 즐거울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일본놈들이 억지로 심어 놓은 것도 아니고 꽃 자체로만 즐긴다면 찝찝한 기분도 없을 것 같구요.


 어제도 벚꽃이 아직 떨어지지 않은 풍경을 운동가다가 두 장 사진으로 담아봤습니다.


 서울 산동네 살던 시절, 산 깍아서 만든 동네임에도 되려 나무나 식물들은 찾아볼 수 없는 삭막한 풍경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 변화마다 느낄만한 자연의 오묘한 풍경은 거의 없었죠. 그냥 그 지긋지긋한 겨울의 불편함만 기억나네요. 눈 오면 치우는 것도 평지보다 몇 배 힘들고 안 치우면 통행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버리는 지형인지라 미친 듯이 집앞 경사 진입로 제설 작업하던 것이 추억이라면 추억일까요. 아, 여름에 침수 걱정 없던 것은 그나마 산동네 장점이긴 했습니다. 토사 붕괴위험은 워낙 집들이 따닥따닥 질서없이 붙어있고 그 탓에 노출된 자연지형(흙따위)가 없어서 전무했고요.


 인터넷에 보면 전문 찍사 코스프레질하면서 서울 내 산동네 또는 달동네 사파리(?) 가서 사진 찍어 올리곤, 서민의 애환이네 서울의 추억이네 하면서 보존 운운하며 감성팔이하는 인간들 있는데 그 인간들의 카메라로 확 줘 패고 싶은 충동이 듭니다. 그런 인간들 치고 달동네 산동네는 살아본적도 없는 인간들이 수두룩 하더군요. 즉 먹고 살만한 인간들이 빈민층 동네가서 감성 자위질, 슬럼가 사파리 하고 온거라 밖에는 볼 수 없습니다.


 산동네나 달동네 사는 사람들이 원해서 그곳에 정착 또는 조상대대로 살아온 것도 아니고 개발에 밀려밀려 강제로 간신히 정착했거나 가진거 없이 먹고 살려고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 연고지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달동네에 (저희 집안이 이런 케이스였음) 발을 들였을 뿐 그곳의 삶에 어떠한 애착이나 좋은 추억 따위는 전혀 없습니다. 돈 벌어서 능력되면 더 나은 환경으로 당연히 옮기고 싶어하죠. 


 저희도 IMF 전에 중계동에 아파트 하나 장만해서 옮겨갔지만 가세가 기울어서 그 지긋지긋한 산동네로 다시 갈 수 밖에 없던 뼈아픈 일이 있었죠. 같이 산동네에서 출발한 고모댁은 일도 열심하셨고 사업도 잘 하셔서 진즉 수유동 중산층 동네로 빠지셨다가 지금은 벌어놓은 재산에 비해 상당히 검소하게 32평 아파트에서 거주중입니다. 친지들이 다 모이면 지금의 윤택함을 만족해하지 절대 산동네 살던 시절 좋았네 하는 이야기 따위는 안 합니다. 물론 그 동네 살면서 애들 키우고 돈 벌면서 상황이 조금씩 나아져가던 것 자체는 그 분들 인생이니까 가끔 이야기 해도... 


 그리고 산동네, 달동네는 개발 제한에 묶여서 자기땅, 자기집이라고 해도 맘대로 수리나 신축도 안되는 경우도 부지기 수 입니다. 그나마 거기 땅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나은데 보통은 그 달동네 허름한 집에 세들어 사는 사람들은 더욱 열악하죠. 그런데 그런 달동네, 산동네를 보존하자고요? 어처구니 없을 뿐입니다. 


 그런 빈민촌에 사는 사람들에게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거기서 벗어나게 해줘야지 거기서 니들은 계속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속에서 빈민으로 살아라... 우리는 가끔 가서 서민 코스프레 및 감성 딸딸이나 좀 치면서 눈물좀 짜야겠다... 이런 심뽀로 밖에는 안보이네요... 물론 건설사랑 투기 세력만 배 불리는 재개발을 찬성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달동네나 빈민촌에 기것 가서 벽에다가 그림이나 몇개 (그것도 겁나 유치 찬란한) 그려놓고 보존해야할 무슨 대단한 문화유산인 것 마냥 떠들어 대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더군요. 


 영화 촬영지로 나왔다고, 아니면 찍사들 가서 사진찍는걸로 유명해졌다고 그 동네 실제 사는 사람들의 삶에 과연 어떠한 혜택이 돌아갈까요? 무슨 극빈층 구경 사파리도 아니고...


 벚꽃 이야기로 시작해서 갑자기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옆으로 샜네요. 어쨌거나 이사온 동네, 물가가 창열 스러운것(그리고 부실공사로 집에 결로랑 곰팽이 때문에 짜증나는것) 빼고는 생활하기는 참 여러모로 편리하고 윤택합니다. 예전 살던 삼양동 달동네에 비하면 천배는 나은 생활환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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