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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잡다한 이야기

설 연휴간 읽었던 링월드 시리즈!

by 푸른바람_07 2015. 2. 27.




 설 연휴가 끝난지도 이제 일주일이 다 되어 가네요. 연휴 기간 동안 방콕하면서 읽은 책들에 대해 몇 자 적어봅니다. 


 제가 영미 SF 소설을 좋아한다는 것을 이 블로그 자주 방문하신 분들은 아실겁니다. 특히 게임 halo 시리즈를 좋아해서 그런 류의 군사과학 쪽을 좋아하는 편인데 halo 게임에 지대한 영향을 준 링월드라는 소설을 이 참에 빌려다 봤습니다. 

 읽어보고 나니 지대한 영향을 준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용해 왔더군요. 몇 가지만 나열해 보겠습니다. 


  1. 인공지능 - 링월드에서는 인류 전반에 걸쳐 개인 비서나 우주선 제어기능으로 사용하는 인공지능이 나오고, halo에서도 거의 유사한 군용 AI나 민간 사회에서 쓰이는 AI가 나옵니다. 사람과 같은 수준의 사고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으로 묘사되는 것은 양 쪽 모두 같습니다.


 2. 외계인 종족 - 헤일로에 선조가 있다면 링월드에는 "시민(퍼페티어)"이란 종족이 있습니다. 선조의 선조인 선각자는 링월드에서는 아웃사이더에 대응되겠네요. 잔인하고 흉폭하며 타 종족을 잡아 먹는 브루트(지랄하네)는 링월드의 "크진"족하고 거의 유사합니다. 다만 헤일로의 잡몹격인 엉고이나 자칼, 드론에 해당하는 종족들은 딱히 링월드에 비슷한 종족이 없습니다. 링월드는 주로 인간과 시민간의 암투가 이야기의 골격이라 어차피 타 외계 종족은 등장이 적습니다. 엘리트에 해당하는 종족을 찾자면 "수호자" 정도가 비슷할 듯 합니다. 다만 수호자 종족은 링월드 본편에는 등장하지 않고 전편 이야기 (프리퀄)의 세계 시리즈에 등장합니다. 그리고 헌터와 그나마 비슷한 종족을 꼽자면 링월드에는 "그워스"라는 군체지성을 갖춘 종족이 등작합니다. 


 3. 기술력 - 초광속 여행이 가능한 하이퍼스페이스라는 개념이 링월드에 등장하는데 헤일로에서는 슬립스페이스라는 개념이 나오지요. 현실 우주의 물리 특성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며 그 안에서 빛보다 빠른 속도로 우주 여행이 가능하다는 기본 설정은 똑같습니다.


 4. 그리고 헤일로 - 링월드 본편의 무대가 되는 거대한 반지모양의 인공 구조물의 묘사는 게임 헤일로 내의 헤일로 보다도 웅장합니다. 소설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지구 크기 행성 300만개 정도의 넓이를 자랑합니다. 링월드 세계관 속의 "헤일로"에 비하면 게임 헤일로에 등장하는 "헤일로"는 그냥 장난감 수준이 됩니다. 


 5. 진보된 인류 - 게임 헤일로에서는 수술이나 약물로 강화된 스파르탄이 인류의 진보된 형태로 나옵니다. 링월드에서는 달과 다른 이주행성에서 거주하면서 그 환경에 맞게 진화된 인류가 묘사됩니다. 가령 중력이 높은 행성에 사는 인류는 키가 작아진 대신 신체가 엄청 튼튼해져서 마치 드워프 같은 모습으로 묘사되고 중력이 낮은 행성에 정착한 인류는 키가 2미터 가까이 커진것으로 묘사됩니다. 또한 의학 발전으로 평균 수명이 상당히 늘어나 200살에도 노화 없이 지금의 20-30대 정도는 되는 젊음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6. 강화복 - 링월드 본편에는 나오지 않지만, 전편 5권 연작물에서는 외골격으로 착용자의 근력을 증강시켜주는 우주복이 묘사됩니다. 하지만 헤일로 시리즈의 강화전투복 입은 스파르탄이 전장에서 활약하는 것 처럼 그 외골격 우주복 입고 외계인 때려잡는 상황은 몇 번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링월드와 헤일로는 근본적으로 장르 차이가 있기 때문에 헤일로에서 링월드의 개념들을 많이 차용하긴 했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링월드는 SF 모험물이고 헤일로는 FPS 게임이지만 세계관 자체는 SF 전쟁물에 가깝습니다.  소설인 링월드와 게임으로 시작했지만 소설까지 나온 헤일로 양쪽 모두 SF를 좋아한다면 정말 재미있게 읽고 즐길 수 있으리라 장담할 수 있습니다.

 

 링월드는 본편인 "링월드"가 1970년대에 먼저 나왔고 그 후편인 3권이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전편격인 세계 시리즈 5권이 그 2000년대 후반에 발표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링월드 본편이 먼저 출간되고 전편인 세계전단 시리즈가 2013~2014년도에 후편 3권이 2014년도에 번역되어 출간되었더군요. 저는 전편 5권과 본편 1권을 빌려다 읽었고 후편 3권은 제 집 주변 도서관에는 책이 없어서 신간 신청을 할 생각입니다. 


 책이 권당 400페이지 가까이 되어서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한 번 잡고나면 밤 새는줄 모르고 책을 덮을 수가 없더군요. 노인전쟁 시리즈나 영원한 전쟁 시리즈보다 훨씬 재미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강추!


 덧말 하나 : 본편이 쓰여진 1970년대 시대영향인지 아니면 SF소설을 쓰는 작가 양반들 성향이 대부분 히피 기질이 있어서 그런지 링월드 세계관에서도 인류의 성생활은 다대다 연애와 자유로운 성관계, 난교도 기본이고 결혼 방식도 다대다 결혼에 계약 결혼이 일반적이라 일정기간 살고 이혼하고 다시 가정꾸리고 하는 묘사가 나옵니다. 인류의 수명이 몇백년 넘게 늘어났으니 한 배우자랑 사는게 지긋지긋할 수도 있긴 하겠습니다만... 뭐 지금 세상 돌아가는 꼬라지보면 정말 21세기 이후에는 그리 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 듯 싶네요. 어제는 대한민국에서 간통죄도 폐지되었죠. ㅋㅋㅋ 국가가 간통을 권장하는 건지... ㅉㅉㅉ


 덧말 둘 : 링월드 본작과 전편격인 세계 선단 연작물은 쓰여진 시기가 한참 차이나고 국내 번역시 역자도 바뀌어서 같은 작가 소설이지만 분위기가 상당히 틀립니다. 세계 선단 연작물 5권이 좀더 세련된 문체와 소설내 기술 묘사도 2015년 기준으로 봐서 크게 어색하지 않고 그럼직해 보입니다. 링월드 본작은 1970년대 소설인지라 기술적 묘사를 보면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깁니다. 그리고 역자가 달라서 그런지 세계 선단과는 문체에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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