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도 들어서 처음 올리는 글은 아니지만 생존 잡설로는 처음입니다. 이곳 인천 검암동은 오늘 참 날씨가 지랄 맞았네요. 겨울로 되돌아가려는 듯이 엄청난 눈보라가 불어쳤습니다. 다행히도 해가 저물고는 바람 빼곤 더 이상 눈발은 날리지 않고 있습니다...
1.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
며칠 전 계양구도서관에서 책 두권을 빌려왔습니다. 인천 서구 도서관에 회원등록하여 종종 책들을 빌려와 읽곤 했는데 요즘은 참 친절하게도 어느 도서관에서 등록을 하건 타 지역 도서관에서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책 빌려오는게 가능하더군요. 이런 제도로 인해 몇 가지 훌륭한 잇점을 알아 낼 수 있었습니다.
첫째로, 저의 집에서는 서구도서관보다 계양도서관이 훨씬 가깝습니다. 두 곳다 버스로 가야하지만 서구도서관 같은 경우 버스로 30분 정도걸리지만 계양도서관은 불과 15분 정도면 도착하더군요.
둘째로, 한 곳의 도서관에 없는 서적을 다른 도서관에서 검색해보고 있으면 바로 빌려다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새책 신청해서 책이 입고 되길 기다릴 수 있지만 만약 서구도서관에 없는 책이 계양도서관에 있고 대여가능 상황이면 기다릴 필요없이 계양도서관에 방문해서 빌려다볼 수 있습니다. 대여중이라면 대출예약해 놓고 기다리는게 새책 신청해서 기다리리는 것보다 빠릅니다.
마지막으로, 만약 절판된 책이라 새책구매 신청이 최소된다면 절판된 책이 소장된 가장 가까운도서관의 정보가 제공됩니다. 이것 때문에 제가 계양도서관에 방문하여 이렇게 책을 빌려올 수 있었습니다. 서구도서관에 신청했던 도서가 절판되었다고 가까운 계양도서관에 소장된 책이 있으니 거기서 빌려보라고 알려주더군요.
구립도서관들이 전산화로 서로 이렇게 통합관리 체계로 되어 있다는걸 알고나니 여러모로 참 편리하네요.
빌려왔던 책들은 2권으로 모두 SF 소설들입니다.
▶ "플랫랜더"라고 래리 니븐이라는 작가가 쓴 책입니다.
사실 이 책을 보고 싶었던게 아니라 동 작가의 "링월드" 시리즈를 빌려보려고 했었습니다. 링월드는 대여가능했지만 순서대로 보기 위해 링월드의 전이야기인 세계 시리즈 (세계 선단, 세계의 배신자 등등)를 대여하려고 했으나 모두 대여중인 상태더군요. 그래서 링월드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링월드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플랜랜더" 부터 빌려왔습니다.
내용원 22세기 지구, 소행성대, 달 등을 배경으로한 우주 형사 탐정물(?) 입니다. 다섯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시간 순서대로 흘러갑니다. 주인공은 1명 뿐이기 때문에, 각자의 이야기가 연계성은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주인공 시점에서는 주욱 이어지는 시간상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저는 탐정물이나 형사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약간은 지루했네요. 책도 상당히 두껍습니다. 원래는 작가가 20년 정도의 기간 동안 출간한, 동일 주인공과 세계관을 가진 다섯 개의 단편들을 하나의 책으로 출판한 책입니다.
그래도 SF좋아하시는 분들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 합니다. 다만 70년대부터 1990년 중반까지 쓴 책이라 그런지 22세기인 작중 기술묘사들 중에 일상적인 것들은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기술보다도 한참 뒤떨어지는 부분들이 있더군요. 아무래도 IT기술의 발전이 현실 세계에서 너무나 눈부시게 발전한 탓에 그런 괴리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지요.
어쨌거나 이 책이 목표가 아니라 링월들 시리즈가 원래 읽고자 했던 책들인 만큼, 다 읽은 이 책은 도서관에 반납하면서 링월드 들어왔는지 확인 후 대여해올 계획입니다.
▶ "영원한 전쟁"이라고 조 홀드먼이라는 작가가 쓴 책입니다.
SF밀리터리 소설로 꽤나 유명한 책이라는 정보를 접하고 정말 기대하고 빌려왔었습니다. 스타쉽트루퍼스의 대척점에 있는, 같은 SF밀리터리 장르지만 전쟁의 불필요성을 강조하는 반전 소설에 가깝다는 평도 있었고, 특히나 작가가 월남전 참전자라 더욱 기대하며 빌려왔지요.
다만, 책은 제 기준으로는 무지 재미 없더군요. 가볍게 오락거리로 읽을만한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뭔가 심도깊게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습니다. 1000년이 넘는 주인공의 모험 속에 전투묘사는 꼴랑 세번입니다. 그것도 광속에 가까운 우주선 속도로 상대적으로 시간이 빨리 흘러서 1000년이라는 시간을 주인공이 보낼 뿐 실제 주인공이 전장터에서 보낸 시간은 3년 정도 밖에 안됩니다.
세계관은 월남전 직후부터 30세기까지인데 작가가 인류의 기술발전을 너무 과도하게 잡은 걸 자기도 인정했는지 책 서문에 평행세계 쯤으로 생각하라고 써놨더군요. 뭐 그런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솔직히 책이 재미 없는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우리나라 번역가들이 군사적 지식이 없어서 그런지 군사용어의 "발번역"도 너무 심했네요. "부소령"이라는 계급명은 머리털나고 처음 들어봤습니다. 분명 작가가 월남전 참전용사고 작중 배경은 월남전이 끝난지 얼마 안된 지구의 군대의 체계를 이어받은 국제연합 탐사군이 저런 듣도보도 못한 황당한 계급을 쓸일은 없을텐데 말입니다. 대위면 대위고 소령이면 소령이지 부소령이라니...
얼마전에 읽었던 소설 헤일로 시리즈에서도 계급명을 죄다 이상하게 번역해 놔서 참 한심하게 생각했었는데 어쩔 수 없나 봅니다. 한국군은 3군이 모두 동일한 계급명을 쓰지만 미군이나 서구권 군대는 각군마다 동계급이라도 명칭이 틀리고 혹은 장교 제외하고 병 부터 부사관은 계급구조가 틀린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군의 비슷한 계급에 대응해서 무리 없이 번역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게을러 빠져서 그런가 제대로 번역을 하는 경우가 드물더군요.
헤일로에서 번역상 개판이었던 예를 들자면 한국군 상병쯤에 해당되는 미해군 수병 계급을 3급 부사관으로 직역해 놓은 경우가 있었죠. 물론 미해군에서 상병 (Petty Officer 3rd Class)는 부사관 말단 계급으로 인정받긴 하지만 한국 해군 계급에 맞추자면 상병으로 번역하는게 가장 근접한 번역입니다.
어쨌거나 잡설이 좀 길긴했는데, 이 영원한 전쟁은 기대만큼은 재미는 없었습니다. 박진감 넘치는 전투묘사도 적었고 이야기가 좀 질질 늘어지게 진행되는 경향도 있었습니다. 모험담이 많은 것도 아니였고 결정적으로 특별한 주제 의식이나 깊이 따위도 느끼긴 힘들었네요.
그나마 좀 책읽으면서 특이하게 느낀 부분은 인구 증가를 통제한답시고 인류를 죄다 동성애자로 만들어 버린 뒤 인공수정으로 출산하는 부분이었네요. 인구 통제한답시고 인류를 동성애자로 만드는건 좀 많이 멍청한 짓이 아닐까 싶더군요. 어차피 인공 수정으로 인구 통제가 가능할 정도면 그냥 불임통제로 충분히 인구조절이 가능할텐데 말입니다. 위에 소개한 플랫랜더에서도 과다한 지구 인구를 통제하기 위해서 남녀 각각에게 "출산권"을 통한 출산을 통제하고 지속적으로 불임이되게끔 약물을 투입하는 세계관을 갖고 있습니다. 출산권을 다 사용하고, (소설상 남녀 불문하고 각 개인이 2명까지 애를 가질 수 있습니다) 불법으로 임신하면 "사형"입니다. 이게 전 인류를 동성애자로 만든것보다 더 잔인한 조치일려나요?
2. 겨울의 발악, 꽃샘추위와 눈보라
이 동네는 어제부터 바람이 무척 강하게 불기 시작했습니다. 가득이나 서해가 가까운 지역이고 주위에 산들이 거의 없는 평야지대다 보니 바람이 부는 날은 정말 매서운 칼바람이 날아옵니다. 이런 지형과 기후에 더불어 오늘은 눈발이 그냥 폭풍마냥 날려주더군요. 산동네 살때는 그래도 바람은 좀 덜 불러오긴 했는데 평지는 이런 단점이 있네요. 이런 날씨에 밖에서 뭔가해야 한다면 아마 속으로 무지 날씨 욕을 하고 있게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 이사와서 제가 제대로 겨울을 나본건 이 번이 처음인지라 다른 해 같은 계절에 날씨가 이렇게 지랄 맞다는 것을 잊지 않게 위해 블로그 상에 증거로 사진과 동영상 남겨봅니다. 내년 이 즈음 우연찮게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아 작년에도 저랬었지라고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진만 봐서는 잘 모르겠지만 마치 블리자드 (Blizzard) - 게임회사 말고 눈폭풍 혹은 눈보라를 뜻함 -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래에 올린 동영상 두개 보시면 실감하실 듯...
▶ 복층 테라스 밖으로 찍은 동영상. 바람은 서쪽에서 불어오고 테라스는 북향이라 눈발이 대각선으로 날리는 것이 잘 보입니다.
▶ 아래층 거실창에서 찍은 모습. 거실창은 서향이라 맞바람을 맞아 들입니다. 눈발이 저를 향해 달려들고 있습니다.
글을 마치려는 지금도 지붕을 타고 지나가는 바람소리가 매섭게 들리네요. 환풍기 또한 요란러운 소음을 지붕 전체로 울리며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서 빨리 겨울이 끝나기만을 고대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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